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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재 현장에서의 소방로봇 활용
해외 출동 사례 통한 필요성 ‘절실’

최근 평택 화재 진압 중 소방관 3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 업계는 물론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의 화재의 안타까운 소방관 순직사고 뒤
6개월 만에 벌어진 참극이라 더욱 뼈아팠던 사고가 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방노조는 “시대 변화에 맞춰 재난 현장에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화재 진압 매뉴얼을 현장 상황에 맞게 개정하고, 화재진압 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을 전면 도입해 국민의 안전과 소방관의 안전을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민재

해외 소방로봇 출동 사례

지난 2020년 10월, 미국의 화재 진압 현장에 소방로봇이 처음으로 투입되어 현지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방서는 소방로봇을 LA 도심 대형 화재 현장에 배치했으며, 이는 미국에서 소방로봇이 진화 작업에 실제 투입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 소방로봇은 소방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들어가 진화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소방로봇은 1분에 9천 400ℓ의 물을 분사할 수 있으며, 방열 장비가 장착돼 있어 화재 현장에서 최대 10시간까지 원격으로 진화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탱크를 축소해놓은 모양의 소방로봇의 길이는 2.13m, 높이는 1.5m, 무게는 1.58t에 달하며, 미군의 폭탄 제거용 로봇에 사용되는 금속 뼈대로 만들어졌다. 또한, 고화질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여러 대 장착했으며, 70도 경사면을 오를 수 있고, 800㎏의 물건도 견인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난해, 일본 외골격 로봇 전문기업 사이버다인은 가나다와현 가마쿠라시 소방본부에 착용형 로봇슈트인 HAL(허리 착용 타입) 3대를 임대방식으로 공급해, 실제 소방관이 활용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슈트를 착용하면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 허리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방수 및 방진 기능을 갖추고 있어 우천 시 야외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로봇슈트가 소방서와 구급대원을 위해 실제 공급된 사례는 일본 이바라키현 츠쿠바시와 가나가와현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출처 : AP, 더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
로봇슈트를 착용하고 응급환자를 이송 중인 일본의 구급대원 모습(출처 : 로봇신문)
현재 개발 중인 국·내외 소방로봇

최근 소방관을 대신해 화재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다양한 로봇들도 활발하게 개발 중에 있다.
그 중, 유럽 로봇 공학의 선두주자인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와 거품 소화 기술 전문기업 이노브폼(InnoVfoam)이 공동 개발한 ‘로봇 소방 시스템’도 지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로봇은 밀렘 로보틱스의 무인지상차량(UGV) 멀티스코프 레스큐(Multiscope Rescue)와 이노브폼의 다양한 소방 시스템, 특히 폼(소방용 거품) 적정 배분시스템과 화재 모니터를 결합한 결과물이며, 최악의 화재 현장 속에서 소방관을 보조한다. 더 나아가서는 소방관을 대체까지 할 수 있다. 또한, 큰 소방 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거나 붕괴되어 쓰러질 우려가 있는 구조물에 진입할 때는 UGV에 연결된 테더링 드론으로 화재 현장을 손바닥처럼 내려다보며, 분당 2000~2만 리터(L)의 소화액을 분사할 수도 있다. 덕분에 소방관은 불길로부터 살짝 떨어진 안전한 거리에서 열화상 및 적외선 등 다양한 카메라를 통해 화재 구역의 전체 영상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조종하며 진화 작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봇에 탑재된 가스 및 화학 물질 감지 센서를 통해 더 큰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모두가 영화 속 ‘아이언맨’이 될 수 있는 인간증강 기술도 소방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방관, 군인, 구조대원이 스마트 섬유 기반의 소프트 로봇 외골격 슈트를 입으면, 활동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인간증강 상태의 소방관이라면 거센 불길을 뚫고 들어가 무너진 몇 톤짜리 기둥을 치우면서, 위기 상황에서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구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 사실, 수년 전부터 소방관 전용 웨어러블 로봇슈트는 국내에서도 개발되어 오고 있다. 웨어러블 소방관 슈트는 사람의 능력을 증가시켜주는 로봇으로, 무거운 장비나 공기호흡기 등을 들고도 수십 층을 보다 쉽게 걸어올라 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소방관의 지구력과 근력을 극대화 해 화재진압이나 구조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최적화되진 않아 실제로 소방서나 화재현장에 투입되어 활용되진 않고 있지만, 멀지 않아 실용화되어 소방관을 보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밀렘 로보틱스 유튜브)
2022년, 국내 소방로봇 개발 현황

2022년 올해에도, 소방로봇 관련 희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기업 휴림로봇이 파라텍,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전문기업 ‘그랙터’와 공동으로 ‘스마트 소방로봇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이 스마트 소방로봇은 물류센터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화재로 인한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실내공간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소방로봇은 실내에 설치된 사물인터넷 기반의 화재 감지기를 통해 연기, 고온 등이 감지되면 로봇이 해당 위치로 이동한다. 현장 안전관리자는 로봇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화재여부를 확인하고 로봇을 조작해 소화액을 분사하는데, 이를 통해 화재발생 시점부터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하는 골든타임 동안 화재 확산을 방지, 진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휴림로봇은 1999년 설립돼 제조업용 로봇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시스템과 자동화시스템을 제공하는 종합로봇 기업으로, 2006년 로봇 분야에서 최초 상장한 바 있다.
소방관을 보호하고, 효과적인 화재 현장 진압을 위한 최근 소방로봇의 실증 사례를 통해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소방로봇의 도입이 더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몇 년 전 국내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소방관 슈트의 착용 모습(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