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최초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 기획한
영덕소방서를 찾아가다
전국에서 가장 긴 백사장으로 유명한 고래불 해수욕장과 강구항 대게거리 등 2021년 한해 93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 관광명소 영덕.
그곳에서 영덕소방서는 2013년 7월에 개서한 이후 수많은 영덕군민들과 관광객의 안전을 진심으로 지켜왔다. 특히, 영덕소방서는 바다가 맞닿아 있는
지역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대형화재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이곳 영덕소방서 소방관들의 하루는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최근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영덕소방서,
뜨거운 일념을 가슴에 새기고 달리는 그들의 치열한 소방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글 최은경 / 사진 포토마인드(이정도)

경북 영덕은 지리적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는 고장이다. 그래서 영덕소방서의 주요 업무는 타 소방서와 조금 다르다. 바다에 떠 있는 선박화재를 항상 걱정하고, 주의해야 하는 일이 영덕소방서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실제로 2020년 2월, 영덕군 축산항에서 선박화재가 일어난 적이 있다. 이날 화재로 선박 5척이 소실되었고, 약 3억 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보통 선박화재의 경우 선박보험의 적용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재산상 피해도 막대하고, 이미 발생하고 나면 수습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소방관들은 말한다. 특히, 선박에서 불이 나면 대피할 수 있는 곳은 바다에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정박 중 선박화재는 대형화재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 이에 “무엇보다도 선박 피해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밝힌 영덕소방서는 선박화재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IoT 화재경보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하게 되었다.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 개발은 영덕소방서 김태준 서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하고 기획됐다.
“지난 2021년 3월 23일, 충남 태안군 신진항에서 일어난 선박화재로 인해 부상 1명을 포함해 선박 28척 소실, 약 170억 원 가량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된 어선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FRP 어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죠. FRP소재의 어선은 내부식성과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에 화재 발생 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줍니다.”
다양한 선박화재 사례를 통해 위험성을 인지한 김태준 서장은 “영덕군도 29개 항구와 677척의 선박들이 있어 선박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선박화재가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원인은 화재 발생 초기에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FRP 소재의 선박이 급격한 연소 확대를 일으키며 주변 정박된 선박으로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화재를 빠르게 인지하여 연소 확대 지연 및 결박된 선박을 이동하는 등 초기대응이 빠르다면 대형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 기획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라며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영덕소방서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은 어선에 부착된 IoT 감지기로 화재가 감지되면 LTE망을 통해 운영 서버로 화재 선박에 대한 정보와 위치가 자동 전송된다. 정보를 받은 운영 서버는 10초 이내에 화재 발생 항구 내에 화재경보 방송과 함께 119종합상황실과 선주 등에 문자 통보한다. 이를 통해 119종합상황실에서 관할 소방서와 해양경찰서 등 관련 기관이 공동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기반의 이 시스템은 김태준 서장을 중심으로 한 영덕소방서 제안으로 경북소방본부, 경북도립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2021년 5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개발된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은 최근 축산항에 정박하는 어선 2척과 강구항에 배치된 어업지도선 1척 등 총 3척에 설치돼 시범 운용 중이다.
영덕소방서는 지난해 12월 21일, 영덕 북부수협에서 최종 연구 결과 보고회를 열고 선주와 어민 등을 상대로 시연회를 개최하면서 이 시스템 성능과 효용성을 크게 인정받았다. 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한국연안어업인중앙회 김해성 부회장은 “많은 어업 종사자들이 IoT 선박화재 화재경보시스템은 전국적으로 보급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점점 스마트기술이 발전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소방업무에도 최신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이 선보이게 된 것은 뛰어난 안목의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영덕소방서의 IoT 선박화재 경보시스템은 성공적인 시연을 통해 현재 개발 1단계 관문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개발 2단계 관문에 들어서서 선박에 최적화된 기술로 개선시키는 작업이 남은 상태로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이 기술을 실제 선박에 도입한다면 내년(2023년) 하반기 정도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김태준 서장은 추측했다.
“지금까지 개발한 시스템에는 건축물에 쓰이던 제품을 이용했는데요. 이를 선박에 맞게 진동, 염분 등에 견딜 수 있게끔 내구성을 갖춘 소형화된 제품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존 재난시 스템과 상호 연동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겠죠. 개발이 완성되면 선박화재를 예방하는데 분명히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사물인터넷 시대에 특정 소방대상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소 소외되었던 선박에 IoT 소방기술을 적용하게 된다면, 어민들의 인명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화재 이후 신규 선박구입 보조금으로 지출되는 국가예산도 사전 대비에 투입하게 되면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영덕소방서를 대표해 김태준 서장은 안전사고와 관련해 영덕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겨울철은 추워진 날씨로 인해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계절입니다. 난방용품 사용이 증가하는 만큼 화재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건조한 날씨로 대형화재의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발 빠른 초기대응으로 연소 확대를 저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빠른 초기대응을 위해서는 항상 소방시설을 정상 유지 관리하고 소화기를 곁에 구비하여 대비하세요!”
영덕군민, 어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영덕소방서에선 오늘도 소방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