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잊을 수 없는 그 날,
‘홍제동 화재 사건’ 2022년 영화가 되어 찾아온다
누구보다도 용감했던 ‘홍제동 화재 사건’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실화극이 올해 우리를 찾아올 예정이다.
2022년 큰 이슈를 몰고 올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이 개봉하기 전에 그 날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정리 편집실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7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주택에서 집 주인의 아들인 최씨의 고의 방화로 인한 화재로 소방관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화재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후 가장 가까운 서울 서부소방서를 비롯해 인근 소방서의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46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골목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쩔 수 없이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으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소방호스를 끌고 뛰며 진화작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대원도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화재진압대가 먼저 현장에 도착 할 수 있도록 다른 진입 경로로 현장에 접근하려 했지만, 폭 6m 남짓한 좁은 이면도로에 주차된 차량들이 너무 많아 구조차량이 도저히 진입할 수 없어 5명의 구조대원들이 25kg이 넘는 장비들을 직접 들고 200m 가량을 달려서 도착했다.
이후 오전 3시 59분 ‘연희소대’가 현장 근처에 도착했지만, 마찬가지로 골목길에 주차된 차들에 의해 접근이 어려워 15m 남짓 소방호스 12개를 이어 붙여 가까스로 진화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진화 시작 5분여 만에 집주인 및 세입자 가족 등 7명을 무사히 대피시킬 수 있었다.


‘홍제동 화재사건’에서 소방관들이 목숨을 바쳐 구하려 한 집주인 아들은 화재를 일으킨 당사자인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시 출동했던 구조1조 소방관 3명은 “내 아들이 안에 있다”는 방화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화마 속으로 진입했으나, 아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1차 수색을 종료했다. 하지만, 재차 이어진 어머니의 구조요청으로 구조1조 소방관 3명, 녹번2소대 소방관 3명, 홍은소대 소방관 2명과 구조2조의 소방관 2명이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주택 안으로 진입한다. 그렇게 구조를 위해 화재 현장으로 뛰어든 소방관들은 잠시 후 참혹한 상황과 마주한다.
오전 4시 11분, 큰 소리와 함께 2층 주택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 것. 소방관 10명은 무너진 건물 속에 그대로 매몰되었다. 건물이 붕괴된 직후인 오전 4시 18분, 다른 화재신고 장소에 갔다가 뒤늦게 도착한 녹번1소대와 이후 출동한 시내 11개 소방서에서 도착한 구조대원 200여 명은 소방호스 대신에 삽과 망치를 들고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여 3명의 소방관을 구조해 냈으나 나머지 6명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미 불은 다 꺼진 오전 5시 47분, 영하 0.3도, 초속 4m의 서남풍에 습도 60% 굵은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며 아침을 맞이했지만, 현장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각종 중장비와 인력의 투입으로 오전 7시 57분, 매몰되었던 마지막 대원이 들것이 실려 나왔다. 하지만, 정작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구하려던 집 주인 아들 최씨는 불길이 치솟기 전 이미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이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출처 한국일보 사진자료)
‘홍제동 화재사건’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은 사후 1계급 추서되었다. 순직 당시의 계급으로 지방소방장 박동규, 지방소방교 김철홍, 지방소방교 박상옥, 지방소방교 김기석, 지방소방사 장석찬, 지방소방사 박준우가 바로 그들이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에 소방관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게 되었고, 이 때부터 소방 환경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먼저 당시 근무 형태는 24시간 맞교대로 격일 근무였는데, 참사 후 3교대로 바뀌었다. 또한 기존에는 방화복이 없어 방화복 대신 방수복인 비옷을 입었지만, 방화복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어졌다. 그리고 사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높아졌으며, 가장 큰 변화로는 의무소방대가 창설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아울러 2001년 7월에 종전 청록색 기동복, 하늘색 구급복, 주황색 구조복이 시인 성 문제가 거론되면서 소방의 시그니처 컬러인 주황색 기동복으로 통합되었다.


영화 ‘친구’, ‘변호인’, ‘남산의 부장들’을 제작한 곽경택 감독이 개봉을 앞둔 영화 ‘소방관’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아직 확정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이 영화가 개봉된다면 관객들로 하여금 인기몰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 출연진도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곽도원, 주원, 이유영 배우가 주연으로 발탁되어 영화 촬영에 임했다. 그 밖에도 충무로에서 인기가 높은 유재 명, 김민재, 오대환 등이 출연하여 영화의 재미를 더욱 가미할 예정이다.
홍제동 화재 사건은 지금까지도 전 국민에게 회자되는 비극적인 사고로 기억되고 있으며, 특히 소방관들에게는 더욱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사고 후, 순직한 소방관들을 위한 모금 운동이 벌어졌고, 이들 영웅들의 분향소에는 3일 동안 약 3만 명의 가까운 시민과 공무원이 조문하는 등 대한민국이 슬픔에 빠졌던 사건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개봉예정인 영화 ‘소방관’을 통해 전 국민이 소방역사의 아픈 기록, ‘홍제동 화재 사건’을 기억하고, 소방관들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끼는 기회가 제공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