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문자에 가슴이 철렁" 인제 산불에 밤 지샌 주민들

작성일
202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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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 문자에 가슴이 철렁" 인제 산불에 밤 지샌 주민들
맘 졸이다 높은 진화율에 '안도'…동트자 대부분 집으로
오전 내 주불 진화 총력…산불 영향 구역 69㏊ 추산

(인제=연합뉴스) 양지웅 감태현 기자 = "대피 문자에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지난달 대형산불 소식이 남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혈압약 챙겨서 아내와 함께 급히 대피소로 왔습니다."
강원 인제 산불 진화 작업이 이틀째 이어진 27일 오전, 주민 대피소가 마련된 기린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주민 최모(72)씨는 퀭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상공에는 내린천에서 물을 채운 헬기가 연신 회전익 소리를 내며 산불 현장으로 향했다.
집을 떠나와 쉬 잠들지 못했던 주민들은 최씨와 함께 헬기가 향하는 능선을 바라봤다.
산 너머에는 뿌연 연기와 헬기가 쏟아내는 물이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인제에서 산나물 농사를 하는 최씨는 전날 기린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직거래 행사에 참여해 애써 기른 봄나물들을 내다 팔려 했었다.
하지만 산불이 번지고 대피령까지 내리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급히 체육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낯익은 이웃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놀란 마음은 다소 누그러졌다.
오후 6시가 가까워져도 강풍에 진화율이 20% 언저리에 그친다는 소식에 함께 걱정했고, 진화율이 90%를 넘겼다는 뉴스에는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대피소 안에는 임시 거주 텐트가 설치되고 노랑, 분홍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은 끼니를 챙겨줬다.
대피한 주민들은 200명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새벽이 되도록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낯선 체육관에서 쪽잠을 청한 주민 중 일부는 동틀 무렵 들려온 헬기 소리에 금세 눈을 떴다.
산림·소방 당국 등이 오전 5시 30분께 헬기 3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뉴스를 검색한 주민들은 진화율이 98%까지 올랐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많은 주민은 다시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고, 북적였던 주차장도 휑해졌다.
이들은 대피소를 떠나면서 봉사자와 군청 공무원, 산림·소방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앞서 지난 26일 인제 상남면 하동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작업은 이날 일출과 동시에 재개됐다.
산림·소방 당국 등은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산림청 헬기 15대, 소방 헬기 7대, 지자체 임차 헬기 6대 등 헬기 3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중이다.
현재 진화율은 98%를 보이고 있으며 총 화선 5.5㎞ 중 남은 화선은 100m이다.
산불영향 구역은 69㏊(69만㎡)로 추정된다.
야간에도 이뤄진 산불 진화 작업으로 불길이 많이 사그라들었으나 현재 불이 난 지점에 강풍이 불고 있어 재확산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소방 당국은 연소 확대에 대비해 민가 등에 소방 차량을 배치하고,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당국은 이날 인력 705명, 장비 144대를 투입해 이날 오전 주불 진화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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